빠름~ 빠름~’을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즐기며 실천하는 마을이 있다. 쌀엿과 국밥이 유명한 창평 슬로시티 삼지내마을이다. 가마솥에 지은 밥의 향기가 그립고,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돌담길 아래의 비석치기 생각이 절로 나는 곳이다. 금방이라도 푸근한 눈웃음 지으며 구수한 할머니가 반겨주실 것 같은 한옥집,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누군가가 붉은 홍시 따서 손에 건네줄 것 같은 느낌, 어린아이들이 삼삼오오 골목길 따라 굴렁쇠 굴리며 흥겹게 뛰어놀 것 같은 마을, 정겨운 돌담길과 하얀 창호지를 바른 문의 정갈한 느낌들…. 논둑길을 걸어본 것이 언제였던가? 아이들과 함께 또 다른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온가족이 같이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타임머신을 타고 다른 시대에 온 듯 낯설지만 참 아름다운 곳이다.
창평 삼지내마을은 근대 최초의 교육기관이 있었으며, 이는 창평초등학교의 전신이라고 한다. 백제시대에 형성된 마을로, 세 개의 천이 마을 아래에서 모인다 하여 삼지내라고 하며, 전통가옥 언저리로 아름다운 돌담길이 마을 전체를 굽이굽이 감싸고 있어 돌담길을 걷다 보면 시간마저 쉬어가는 듯 여유로운 마을이다. 어릴 적, 해지는 줄 모르고 하던 구슬치기, 술래잡기, 말뚝박기, 땅따먹기, 비석치기 등 수많은 놀이들은 물론이고 동네마다 떠들썩하게 울려 퍼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울음소리, 집집마다 바람에 펄럭이던 젖먹이들의 하얀 기저귀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콩콩콩 곡식을 찧는 소리, 저녁 무렵이면 푸근하게 피어오르던 굴뚝의 연기….
담양창평슬로시티위원회 안환선 사무장은 “창평슬로시티는 주민의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노력과 땀이 필요하다. 특히 옛것을 고스란히 보전하면서 전통과 얼에 거스르지 않도록 지켜나가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들이 해마다 슬로시티로 선정될 수 있는 자산들이다”고 말한다.
# 슬로시티란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치타슬로(cittaslow)의 영어식 표현이다. 1986년 패스트푸드(즉석식)에 반대해 시작된 슬로푸드(여유식)운동의 정신을 삶으로 확대한 개념으로, 전통과 자연생태를 슬기롭게 보전하면서 느림의 미학을 기반으로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과 진화를 추구해나가는 도시라는 뜻이다.
이 운동은 이탈리아의 소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ti)의 시장 파울로 사투르니니가 창안하여 슬로푸드운동을 펼치던 1999년 10월 포시타노를 비롯한 4개의 작은 도시 시장들과 모여 슬로시티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유럽 곳곳에 확산되기 시작했고, 2014년 4월 현재 세계 28개국 186여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현재 슬로시티 가입조건은 인구가 5만 명 이하이고, 도시와 주변 환경을 고려한 환경정책 실시, 유기농 식품의 생산과 소비, 전통 음식과 문화 보존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구체적 사항으로 친환경적 에너지 개발, 차량 통행 제한 및 자전거 이용, 나무 심기, 패스트푸드 추방 등의 실천이다.
돌담 밑 졸졸 흐르는 시냇물
문화재로 등록된 창평의 옛 돌담길은 그 길이가 약 3600m에 이른다. 돌담 밑으로는 작은 개울물이 흐르고,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은 따뜻한 느낌의 황토가 깔려 있어 아늑함을 전해준다. 마을을 방문하는 여행자는 조선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간이 멈춰버린 곳, 불편해서 없애야 할 것이라기보다는 가꾸고 보존해야 할 우리 삶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 달팽이시장-학당, 그리고 약초밥상
달팽이시장은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창평면사무소 앞 광장에서 벼룩시장과 마을장터, 체험프로그램, 먹을거리 등으로 추억의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다. 달팽이시장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기르고 생산한 농산물을 사고파는 것은 물론이고 낡고 소중한 것을 전시·판매하는 달팽이 만물상도 운영된다. 마을 명인들의 명품 판매도 이뤄지고 널뛰기와 투호, 활쏘기, 왕윷놀이, 슬로아트와 서예 등 체험행사와 문화공연도 다양하다. 또 마을부녀회가 운영하는 주막집에서는 추억을 더해주는 막걸리와 파전, 식혜 등을 맛볼 수 있으며, 점심으로는 산나물비빔밥이 3000원에 준비돼 건강한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마을 주민이 직접 농사지은 마늘, 감자, 열무, 장아찌, 약과, 쌀엿, 두부과자, 딸기홍초, 도토리묵 등이 판매되며 시골 인심과 정으로 덤까지 더해준다.
또 마을주민들이 솔선하여 '달팽이학당'이라는 걸 운영하는데, 그 내용이 바느질 등 생활공방, 천연염색 및 가죽공예, 다례 교육, 야생화 효소 및 약초밥상 만들기, 한지공방, 쌀엿공방 등 참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약초밥상'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36가지의 약초로 만든 반찬과 함께 발아현미밥이 나와 맛도 담백하고 분위기도 좋은 곳이다. 이곳 최금옥 사장은 철마다 시간과 볕이 함께 만드는 저장음식들을 병에 담아 저장해둔다. 자연의 시간들이 저장되었다가 손님들에게 음식으로 나오는 셈이다. 식사 후에는 그릇들을 손님이 직접 씻도록 하는 것도 특이하다. 마치 절간에서 식사하는 느낌과 같다.
안 사무장은 “창평슬로시티 달팽이시장에 오면 바쁜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시골의 정과 즐거움, 옛 향기를 느낄 수 있다"며 "오래된 돌담길과 고택을 통해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휴식을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