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 `간이역`

앵남역을 찾아서

새화순신문 | 기사입력 2018/07/25 [10:46]

사라져가는 것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 `간이역`

앵남역을 찾아서

새화순신문 | 입력 : 2018/07/25 [10:46]

 

▲     © 새화순신문


화순의 관문이자, 첫 시발점이기도 한 앵남역. 이름만큼이나 앙증맞은 간이역이다. 예전에는 남평과 화순을 이었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낚시터, 미꾸라지 양식장, 굼벵이 경전선, 구지가, 전남학숙, 도곡온천, 땀띠재 등 앵남이 가지고 있는 단어들이자 실체들이다. 현장에서 보면 이곳에 도대체 어떻게 역사가 있었을까 싶다. 역사에서 불과 5쯤 떨어진 곳이 바로 건널목. 당연히 건널목을 건너지 못한 채 열차를 세웠을 테고 꽤나 긴 열차가 오면 머리쪽만 역사에 처박은 채 뒤로 꼬리를 길게 늘어뜨렸을 기형적인 모습이 생각난다. 갑자기 어느 시인의 앵남역 부근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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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남역 부근

 

밤이면 사람들은 키 작은 상수리나무 밑에서 산짐승 무리로 눈을 뜬다 이따금 혼불은 바람댕기처럼 긴 꼬리를 흔들며 산대나무 숲 위로 날아가고 어둠 속에서 푸른빛 두 눈을 부릅뜨고 산 속을 기어 나오는 기차는 늙은 삵괭이 한 마리로 숨이 차다 앵남역 사람들은 가고 오는 것들에 흔들리는 깃발로 흔들리며 산다 사막을 건너듯 마른 입술로 허기져 흔들리고 있다 반수면 상태로 충혈된 눈을 들어 미열을 삭히려 흰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기차는 날마다 레일에 눕는다 낯설은 새벽으로 흘러가고 있다 꺼이꺼이 울음소리로 내려 간다 혀를 날름대는 바람 한줄기 지나고 반수면 상태로 떨어지는 댓잎 그 자리에 혼령처럼 돋아 오른 새벽 하현달 사람들은 달이 지는 시각 미지로 걸어가는 길 등 하나씩 들었다 광부는 삵괭이 먹이가 되고 바람이 불고 앵남역은 아직도 어둠속 적막이다 /장효문

 

처녀역장의 향수를 따라

그 옛날 앵남역에는 처녀역장이 근무했던 시절도 있었다 한다. 무어랄까? 그리스신화의 싸일렌 아님 로렐라이언덕의 인어의 전설도 아니고 하여튼 묘한 감성의 옷자락을 끌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하늘과 앵남천은 서로의 색깔을 자꾸 베끼고 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가슴이 탁 트인다든가 황홀하다는 말조차 가벼워 보이기 마련이다. 내 가난한 언어를 덮어줄 시 한 수를 길어 올릴 뿐이었다.

 

앵남역에서 길을 묻다

누군가의 기억속에 잊혀진다는 것은 존재의 가치를 상실한다는 의미보다는 보고 싶다는 절절

함으로 사무치는 그리움이 더욱 잔인해서인지도 모른다. 폐역이 된 앵남역은 역사도 없고 오로지 외로운 역 간판만 덩그라니 남아있다. 앵남역은앵무촌마을의 앵자와 화남마을의 남자를 각각 취해서 앵남이라고 한데서 비롯됐다. 󰡐󰡑이란 글자속에는 이적지 마음을 끌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앵두나무 󰡐󰡑? 아니다 앵무새󰡐󰡑이다. 그렇다면 이 곳이 옛날부터 앵무새가 많았던 곳인가? 내가 아는 󰡐󰡑자의 기억은 경남 남해의 바다가 반달처럼 휘어 도는 곳을 앵강만이라 하는데 구슬픈 파도소리가 앵무새의 노래 같아서 앵무새 () 를 썼다고 전하는 이야기 정도. 이름이야 아무려면 어떠랴.

간판을 더욱 가까이서 붙잡으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버스정류장처럼 생긴 것이 역사의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싶어 다가가는데 뒤에서 호각소리가 들린다. 건널목을 관리하시는 아저씨의 모습이 어딘지 쓸쓸하기만 느껴지는 이유는 무슨 이유일까?

앵남의 몇 안되는 볼거리들이 있다.

 

도립전남학숙

전남학숙은 전남 화순군 화순읍 지강로 679에 위치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에 유학중인 전라남도 출신 대학생들에게 학업정진에 불편함이 없는 시설을 갖추고 저렴한 입사비로 경제적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다양한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의 요람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전남학숙은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생활비(11만원)로 편리하고 아늑한 생활실(21)110회 통학버스, 13식 제공, 장학금 및 해외문화탐방 등 대학생활 중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가 있다. 학기, 주중 평일에는 110회 무료 학숙 통학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학숙 바로 앞에는 정류장이 있어서 시내버스 (177, 318)를 이용하여 광주에 있는 대학교로 통학을 할 수도 있다.

 

광산이씨 승지공비

광산이씨 승지공비는 이달선의 묘갈비로 화순읍 앵남리 앵남역 부근에 있다.

이달선(l457 ~1506)은 광산이씨 시조 이순백의 6대손으로 승정원 부승지를 지냈다. 고려사개수와 태종실록의 편찬에도 참여하고 홍문관 제학을 지낸 이선제의 손자이며 귤정 윤구의 딸 해남윤씨를 부인으로 맞은 전라감사 이중호의 조부이다. 비문을 지은 윤구는 해남인으로 효정의 아들이며 호남 삼걸로도 지목되는 인물이다. 기묘사화로 해남에 유배되었으며 l538년 복관되었다. 이달선의 손자 이중호의 장인이기도 하며 이발은 그의 외손이 된다. 또한 율곡 이이는 이 비문이 찬술되고 세워지게 되는 사정을 기록하였다. 비문을 쓴 이산해는 서화와 산수에 능하고 문장에도 뛰어나 선조초 팔대가의 한명으로 일컬어졌다. 이상과 같이 찬자, 서자가 당대에 이름을 날렸던 문장가, 명필이었다는 점이나 조선초기의 자료라는 점,그리고 보존상태가 양호한 점은 금석문자료로서 가치가 크다. 또한 호남칠족의 성쇠에 결정적인 전기의 하나로 삼을 수 있는 이발의 피화와 연계 가치가 있다. /이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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